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지수 급상승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 들어 보이는 급등세에 과열 논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말 3424.60이었던 코스피는 10월 들어 수거래일 간격으로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쌍끌이’로 주가를 견인하자 코스피는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국내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요인들이 차츰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피를 밀어 올리는 업종은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일변도의 9월 증시와 달리 최근 증시는 이차전지, 자동차, 전력 기기, 증권 업종 등 기존 주도주와 소외주까지 걸쳐 업종 전반의 상승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장을 외면해온 개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더욱 강한 매수세를 보인다면 코스피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증권가는 본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세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4분기 초중반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쉬어가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코스피 5000을 향한 ‘우상향 흐름’ 전망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달 24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몇배인지 표시)은 1.32배, 선행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향후 주당 순이익 전망치의 몇배인지 표시)은 11.60배다. 오랜 저평가 논란을 해소할 정도까지는 올랐지만, 여전히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준이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에스앤피(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22.4배 수준이다.
다만, 지수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장중 변동성도 커진 점은 유의해야 한다. 27일 장 종료 기준으로 10월(1∼27일)에 하루 중 코스피 변동률은 평균 1.85%로, 2021년 2월(2.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 과열 국면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도 이날 종가 기준 32.94로 지난달 말(20.62)보다 59.7% 올랐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전세계 증시가 혼란을 겪었던 지난 4월8일(37.83) 이후 최고치다.
증권 분석가들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주가순자산비율은 극심한 과열권에 진입했다”며 과도한 추가 매수에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 등 단기 코스피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초대형 변수들이 이번주에 줄줄이 예고돼 있다. ‘슈퍼 위크’를 맞아 주가 변동성 역시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